독서토론

[2023.07]무진기행 - 김승옥

작성자
leesa
작성일
2023-07-26 17:13
조회
79


이번 단편집에는 1962년 등단작 '생명연습'부터 1977년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서울의 달빛 0장'까지, 2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김승옥이 발표한 작품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작품들은 기존의 도덕적 상상력과 윤리적 세계관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감각적인 시선, 기발하고 섬세한 묘사로 현실과 환상을 조화롭게 담아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사회'라는 틀에서 벗어나 개인으로 시선을 돌려 개인의 감성과 감각에 의해 포착되는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이전 세대의 소설들이 지니지 못했던 독특함을 소설 속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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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10 19:09
    '무진기행'을 나이가 들고 다시 읽다보니 학창 시절 처음 읽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몇 가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 학교에서 배운대로라면 '가상의 도시'일 '무진'은 작가의 상상만으로 썼다고 하기엔 그 모습이 너무 디테일할 뿐더러, 읽으면 읽을수록 나주에서 근무하던 시절 겪었던 호남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주말을 보내고 나주로 내려가는 밤길은 종종 도로가 안 보일 정도로 짙은 안개가 껴서 굉장히 당혹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주변에 저수지와 강이 있어 그렇다고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작가와의 대담'을 읽으며 '무진'의 배경이 된 도시는 전라남도에 위치한 순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순천만국가정원도 조성되고 볼거리가 생겼지만 60년대에만 해도 소설에 묘사된 것 같은 상황(도대체 여기 사람들은 뭘 하면서 먹고 사는거지?)이었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 '무진기행'을 비롯한 작가의 단편소설 속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어렸을 때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소설이라면 권선징악까지는 아니더라도 끝맺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거나 주인공이 사건을 통해서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할텐데, 김승옥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을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어딘지 정신적 왜소증에 걸려버린 것 같은 주인공들은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되려 퇴행적인 모습까지도 보이곤 합니다. 그것이 때로는 내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주인공들의 나이(20대 후반~30대)를 모두 겪어야 했나 봅니다. 대학을 끝으로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발을 디디면서 느끼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거나 성장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성장기를 지나 이제는 노화해가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같은 것들 말입니다.
    ○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이라든지 성장과정, 나고 자란 도시 등을 아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까지 소설을 쓰면서 그 나이대의 화자를 통해 생각을 대변한 작가의 소설을, 같은 나이대를 지나고 같은 공간을 살아보고 나서야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